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왼쪽)과 박기훈 SM상선 대표가 14일 부산 신항에서 화물 상하역 상황을 살피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왼쪽)과 박기훈 SM상선 대표가 14일 부산 신항에서 화물 상하역 상황을 살피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중국 상하이에 내려진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촉발한 현지 한국기업의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농심 등 몇몇 기업이 공장 가동을 일부 재개했지만, 물류·교통 통제 강화로 조업 정상화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혜를 기대했던 한국 소비재 기업들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되레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KOTRA와 각 기업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2500여 곳이다. 이 중 대규모 제조공장을 갖춘 곳은 아모레퍼시픽, 코스맥스, 농심, 오리온 등 소비재 기업이다. 대다수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17일째 공장을 정상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농심의 경우 지난 11일 중국 정부가 봉쇄령을 완화한 이후 12일부터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재개하기는 했다. 농심 관계자는 “이동이 가능한 구역에 거주하는 일부 직원이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오리온도 13일부터 부분적으로 생산라인을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 등 대부분 기업은 여전히 공장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상하이에 진출한 기업 관계자는 “당초 예상보다 가동 중단 상태가 길어지고 있다”며 “다른 지역 공장의 생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연초 세운 경영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리오프닝 기대가 컸던 화장품, 식품 등 소비재 관련 기업은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실적 예상치와 투자의견이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중국 현지 화장품 브랜드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하는 코스맥스는 상하이법인을 중심으로 한 중국 사업의 급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코스맥스 해외법인 중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상하이법인은 지난해 매출이 5093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하지만 유안타증권은 코스맥스의 1분기 연결 실적이 상하이 셧다운 영향 등으로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보다 안 좋을 것으로 추정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재고가 충분해 상하이 공장 셧다운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KB증권과 현대차증권은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올해 매출 증가율과 이익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지난해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상하이법인 영업이익이 95.8% 급감했던 농심은 올해도 회복세가 더딜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심의 중국법인은 현지 소비 둔화의 영향으로 성장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지 기업들은 봉쇄 여파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현지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준용 상하이 한국상회 회장은 “중국 정부가 봉쇄령을 일부 완화했지만, 생산공장을 정상화하기까지는 최소 2~3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당장 먹고 마실 것을 해결하지 못하는 혼자 사는 유학생 등을 위해 기업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계도 상하이 봉쇄로 인한 물류난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은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14일 부산 신항의 수출입 물류 지원 현장을 찾았다. 구 회장의 수출입 물류 현장 행보는 지난 1월 인천 대한항공 화물터미널 방문과 2월 포항 포스코 화물터미널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